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 본격화…발행 주체보다 '속도'가 부각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발행 주체와 규제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제도화 실행 속도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발행 주체를 제한하는 방식이 산업 성장과 혁신에 적합한지, 일정 요건을 충족한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두고 시각차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범위와 확산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이러한 문제의식은 더욱 분명해진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대표하는 테더와 서클)은 두 프로젝트를 합한 시가총액이 약 2천6백억 달러, 한화로 약 379조원을 넘어섰다. 사실상 글로벌 디지털 결제·정산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 모두 은행이 아닌 벤처기업에서 출발했지만, 국경 간 결제와 거래, 디지털자산 시장 내 실사용을 빠르게 확대하며 시장의 선택을 받아왔다. 미국의 제도화 방향도 발행 주체를 단일화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통과된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규제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법은 발행 주체를 은행과 비은행으로 명확히 구분해 배제하기보다는, 준비금 구성과 상환 구조, 공시 및 감독 요건을 충족할 경우 발행을 허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선택받을지는 규제가 아니라 이용자와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다. 이 대목은 국내 논의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우선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발행 주체를 좁히는 접근이 자칫 실사용 확산과 혁신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를 두고 지난달 2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 회의에서 안도걸 의원은 “발행 구조와 관련해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체계를 마련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관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발행 주체는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기관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했다. 장현국 넥써쓰 대표도 최근 X를 통해 “은행 예금 토큰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기업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적으로 같은 축에 있으며, 결국 소비자 선택을 통해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미 가상자산시장규제(MiCA)를 마련한 데 이어 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JPYC를 지난해 10월 발행했다. 주요국들이 제도화 이후의 운영과 활용 단계로 나아가는 가운데 국내 역시 발행 주체 논의에 머무르기보다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제도화의 실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