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규정 없다" 코인원 '위믹스' 재상장에 업계 난색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상장 폐지했던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의 코인 '위믹스(WEMIX)'를 재상장하기로 했다. 업계 합의 하에 상장 폐지한 위믹스를 독단으로 재상장하는 것에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16일 코인원은 오후 6시부터 위믹스 거래 지원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코인원을 비롯한 국내 원화마켓 운영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합의에 따라 위믹스를 상장 폐지한 이후 두 달 만에 재상장하는 것이다. DAXA가 위믹스를 지난해 10월27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한 달여간의 심사 끝에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린 것은 코인 유통량이 계획보다 많았고, 이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뿐더러 소명도 불성실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측면에서 위믹스 재단이 신뢰를 잃은 점들이 드러났고, 이 때문에 원화마켓에 재상장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었다. 이런 전망이 뒤집혔다. 코인원은 코인에 대한 상장 권한은 DAXA와 별개로 거래소의 자율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문제가 됐던 코인의 재상장 선례가 없지만, 법규 상으로 문제의 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DAXA의 출범 취지가 자율규제 강화라는 점에서 업계는 코인원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코인원 "코인 상장은 거래소 자율 권한" 코인원은 위믹스 측이 당초 문제가 됐던 부분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갖췄고, 향후 문제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며 재상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장 폐지는 DAXA 공동 합의에 따라 결정했으나, 결격 사유 해소 여부 및 재상장 결정에 대한 권한은 거래소에 있다는 입장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증권도 재상장이 없지 않았고, 가상자산도 선례가 없었을 뿐 재상장이 안 되는 건 아니다"라며 "재상장 신청이 접수됐고, 내부 기준에 따른 심사를 거쳐 적법하게 위믹스를 상장한 것"이라고 답했다. 위믹스가 문제가 됐던 코인 유통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고, 위믹스 관리 전담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조직 개편을 진행한 점 등을 개선된 사항으로 언급했다. ■자율규제론 역부족…DAXA 한계 재조명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코인원은 DAXA 차원의 상의 없이 위믹스 재상장을 결정했다. DAXA가 문제 코인을 업계에서 퇴출한다는 취지에서 위믹스 상장 폐지에 대한 공동 합의를 이뤄냈지만, 두 달 만에 빛이 바랜 것이다. 그러나 상장 폐지하기로 합의했던 코인을 재상장하는 것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다른 거래소들도 별달리 내놓을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다른 거래소가 코인원에 이어 위믹스를 재상장하더라도 문제 삼을 부분이 마땅치 않다. 코인 재상장에 대한 규정이 있었더라도, 이런 상황을 막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DAXA에서 합의된 사안은 자율규제일 뿐, 거래소가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기회로 DAXA가 관련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생길 수 있지만, 정립을 한다 해도 결국 거래소에 구속력이 있는 규정이 아니다"라며 "거래소들이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시한다면서 관련 행보를 많이 보이고 있지만, 결국 선수가 심판도 겸하고 있는 식이라 제대로 시장 감시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교수는 "발행량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속인 것은 큰 잘못인데,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잘못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그런 코인에 대해 상장 요건을 맞췄다며 재상장하는 것에 대해, 별도의 규정은 없더라도 불합리해보일 소지는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인 상장은 거래소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DAXA에 대한 무용론이 등장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카뱅' 효과 시원찮던 코인원, '위믹스' 효과 노리는 것" 코인원은 위믹스 재상장을 하면서 다른 코인과 동일한 규정에 따라 심사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재상장 선례가 만들어짐에 따라 가상자산 프로젝트에게 투명성 기준, 정보제공 수준, 투자자 보호 노력 등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란 논리를 폈다. 그러나 업계는 코인원이 위믹스 재상장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인원은 업비트, 빗썸에 이어 국내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업비트가 많게는 90%까지 점유하는 구도다. 업계 관계자는 "위믹스 재상장은 단기적으로 수수료 매출 증대에 무조건적으로 이익이 된다"며 "코인원이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에 실명계좌를 공급받게 됐음에도 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점유율을 늘리고 수익을 늘릴 방법으로 위믹스는 확실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믹스 보유자들이 비(非)원화 거래소나 개인 지갑에 코인을 보관하고 있을 것이고, 이를 옮길 원화마켓이 코인원뿐"이라며 "위믹스 보유자들은 이런 코인 이동 및 거래에 적극적인 집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