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가상자산' 정책…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가상자산에 대해 국가마다 다양한 정책 노선을 취하는 상황에서,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3일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3'에선 국가별 가상자산 정책과 규제를 분석하는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는 에밀리 파커 코인데스크 전무이사가 사회를 맡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석재판 변호사로 근무한 하워드 피셔 모세앤싱어 파트너, 전 싱가포르 통화청(MAS) 시장행위정책 부서장인 니잠 이스마일 에티콤 대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코인 불편한 미국…제재 중심 접근 지속될 듯 미국은 SEC가 바이낸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와 리플 등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해 증권법을 적용해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 화두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허용하지 않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 접근을 상당히 제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하워드 피셔 모세앤싱어 파트너는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SEC의 입장에 따라, 여러 가상자산들이 미국 증권 규제를 적용받을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연결고리가 있는 모든 가상자산은 리스크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을 거쳐 전송이 되거나, 미국인이 개입되는 등 조금이라도 접점이 생길 경우 미국 제재 당국의 관할 범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행위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더라도, 미국 당국이 제재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셔는 "미국은 현재 제재 외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다른 규제 체계가 없다"며 "산업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리또속' 만드는 규제 불확실성 해소해야 그간 가상자산 업계 상황을 돌아볼 때, 정책 당국이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규제하는 데 있어 산업계 혼란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선 '리플에 또 속았다'라는 말이 있는데, 리플이 SEC 규제 및 소송 리스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시세가 등락을 반복해) 이런 표현이 만들어졌다"며 "규제에 뭔가를 빼고 넣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규제 명확성"이라고 지적했다. 무작정 가상자산 산업에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기업이 예상치 못한 규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갑래 선임연구위원은 "규제 마련에 앞서 정부가 관련 트렌드를 파악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가령 미국에서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한국도 이를 허용할지 검토하게 될텐데, 현재 국내에선 비트코인 수탁 관련 제도가 없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과 가상자산 기업이 이 영역을 두고 경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가상자산' 싱가포르, 강력 규제로 산업에 악영향" 싱가포르의 경우 가상자산공개(ICO)를 허용하는 등 업계 친화적인 시장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를 의식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산업이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니잠 이스마일 에티콤 대표는 싱가포르가 원래 처음에는 규제 명확성이 확실한 국가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규제기관이 투자자 보호에 민감해지면서 상당히 보수적인 시장으로 변했다"며 "가상자산 관련 광고를 금지하고, ATM 유통도 갑자기 금지하면서 산업이 퇴보하는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이스마일 대표는 "투자자 보호 측면의 규제가 과도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규제 영향력 국경 초월...시장 중요성 커" 미국 시장이 가상자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계속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워드 피셔 모세앤싱어 파트너는 "지난 몇 년에 비해 다소 중요도가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투자 자금의 원천은 미국이고, 소비자 기반도 크다"며 "미국 외 지역도 인구 수가 크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중요한 시장인 이유는 규제 집행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과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을 경우 당국이 타국에도 관할권을 행사하려 하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워드 피셔 파트너는 "아시아, 유럽은 산업계와 의논하고 협조하려는 것과 다른 점"이라며 "미국의 이런 점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장의 중요성은 크다"고 주장했다. 한국 가상자산 산업 육성 시동..."新금융 인프라 창업가 많이 나와야" 김갑래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국회는 미국과 달리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은 시장을 중심으로 규제를 만들고 있다면, 한국과 유럽은 신산업 육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데서 차이가 난다"고 봤다. 산업 육성 차원에선 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하는 제도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실물자산토큰화(RWA),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현물 ETF 등에 대한 규제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 자본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이 만나고 있다는 뜻"이라며 "새로운 사업가들이 이런 새로운 영역의 인프라를 많이 설계하고, 상용화 기회를 많이 발굴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