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부채? '가상자산' 회계지침 나왔다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보유한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회계기준이 마련됐다. 기업이 가상자산을 자산 또는 부채로 반영한 기준 또는 시점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회계기준원 산하 회계기준위원회가 지난 7일 가상자산 관련 필수 공시사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기업회계기준서 제1001호 '재무제표 표시' 개정 공개 초안을 심의·의결하고, 가상자산 회계처리 관련 안내방향(감독지침 초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11일 밝혔다. IFRS 미해결 과제 '가상자산' 현실적 회계기준 필요성 ↑ 최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 매개체인 토큰 등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기업 회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가해왔다. 그럼에도 명확한 회계처리 지침이 없던 상황이다. 법률 측면에서는 회계적 판단 시 경제적 측면 외에도 법률적 소유권 등이 고려돼야 하는데,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적 지위가 그간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았다. 국제 동향 측면에서도 독자적 회계기준을 사용하는 미국과 일본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위탁 가상자산 회계처리에 대한 지침을 내놓거나,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한 회계처리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회계처리 지침을 공표하고 있다. 그에 반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2026년까지의 업무계획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제외하는 등 가상자산 관련 회계처리 기준 제정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다. 국제회계기준(IFRS) 제정속도가 가상자산 관련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가상자산 관련 규율 체계가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IFRS와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상자산 관련 회계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코인 발행사 '매각 수익·플랫폼 개발 비용' 반영 시점 규정 회계기준위의 이번 초안은 크게 가상자산 관련 거래별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 지침,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주석 공시를 의무화하는 회계기준서 개정 등 두 가지다. 기업이 발행한 가상자산을 매각하고 받은 금전 대가를 즉시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다. 수행 의무를 식별해 수익 인식 시기를 결정하는데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어 수익 인식 시점에 대한 판단 기준이 발행 주체마다 달랐고, 회사와 감사인이 이견을 표출하는 사례도 있었다. 회계기준위는 판매 목적이라면, 수익 기준서(K-IFRS 제1115호)를 적용해 가상자산 발행 회사가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한 의무를 모두 완료한 뒤 가상자산의 매각 대가를 수익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의무 완료 전 회사가 수령한 대가는 부채로 잡히게 된다.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발행 회사에게 부여된 의무의 범위를 사후적으로 임의 변경해 부채로 인식한 매각 대가의 수익 인식 시점을 앞당기지 않게 했다. 가상자산과 그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출된 원가는 가상자산과 그 플랫폼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없거나, 관련 개발 활동이 무형자산 기준서(K-IFRS 제1038호)에서 규정한 개발 활동에 해당한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발생 시 비용으로 회계처리하게 했다. 회계기준 상 요건을 충족해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 이후 본질적 가치의 손상 여부에 대해 매 회계연도마다 검토해야 한다. 발행 회사가 발행 후 자체 유보한 가상자산(리저브)에 대해서는, 가상자산과 직접 관련된 원가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득원가가 없는 만큼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계상하지 않게 했다. 서비스 이용자 가상자산, 기업 통제권 여부에 따라 '자산or부채' 판단 그간 IFRS 해석위원회는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해 판매 목적 여부에 따라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분류하는 것만을 제시해왔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상 토큰증권에 해당하는 경우 금융자산·부채 분류가 허용되는 것인지 의문이 있었다. 앞으로는 토큰증권이 금융상품 기준서(K-IFRS 제1032호)에 따른 금융상품 정의를 충족하는 경우 금융자산·부채로 분류하고 관련 기준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고객 위탁 가상자산을 보유한 경우 사업자의 재무제표에 자산·부채 중 어떤 것으로 인식할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가상자산에 대한 경제적 통제권을 고려해 자산·부채 인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경제적 통제권 판단 시 고객에 대한 법적 재산권 보호 수준 등을 고려토록 한다. 가령 해킹 사고 발생 시 고객이 위탁 가상자산의 법적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거나, 사업자가 위탁 가상자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명시적·암묵적 권리가 있는 경우 사업자의 자산·부채 인식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가상자산의 공정가치 측정도 어려운 문제였다. 구체적으로 회사나 감사인의 통일된 기준·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위 초안은 가상자산 거래에 있어 활성시장, 공정가치 등의 개념에 대한 구체적 조건을 사례와 함께 충실히 제공해 회사와 감사인이 재무제표 작성과 감사절차 수행 시 참고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백서 정보 재무제표 기재해야…코인 투자 내역도 의무 공시 주석공시 의무화 범위도 확대했다. 현재까지는 가상자산 관련 일부 정보가 백서에 공시되어 있으나 공시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고, 해당 가상자산 개발·발행 회사의 재무제표와 관련 있는 정보임에도 이를 주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 정보 이용자가 해당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가상자산 개발·발행 회사는 해당 가상자산의 수량과 특성, 이를 활용한 사업모형 등 일반정보를 포함해 가상자산 매각 대가에 대한 수익 인식 등 회계정책과 수익인식을 위한 의무이행 경과에 대한 회사의 판단까지 기재하도록 의무화한다. 특히 리저브 가상자산에 대해 보유 정보와 기중 사용 내역(물량 포함)까지 공시하게 했다. 투자 목적 등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상장회사는 가상자산 분류기준에 대한 회계정책, 회사가 재무제표에 인식한 장부 금액과 시장 가치 정보(물량 포함)를 기재토록 해 회계정보 이용자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한 회사가 받게 될 영향을 충실히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상당한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 위탁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그간 회계기준 미비로 충분한 정보가 공시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자산·부채 인식 여부와 관련 없이 보유한 고객 위탁 가상자산의 물량과 시장 가치 등의 정보를 가상자산별로 공시하게 했다. 해킹 등 가상자산 보유에 따른 물리적 위험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보호 수준 등에 대한 정보도 같이 제공토록 한다.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 절차 가이드라인도 마련·배포할 예정이다. 당국은 약 2개월에 걸쳐 상장사, 가상자산사업자, 회계법인 등 이해관계자별 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지침과 기준개정안을 확정한 후 10~11월 중 회계제도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의결 등을 거쳐 공표 및 시행할 계획이다. 회계처리 감독지침은 공표 즉시 시행된다. 개정된 기준서는 내년 1월1일 이후 최초 개시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