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오도 출금 제한…'가상자산 운용' 뱅크런 우려 확산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 하루인베스트가 돌연 입출금을 중단하고 사무실을 폐쇄하면서 투자자 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도피하는 '뱅크런'을 준비 중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동종 업체인 델리오도 하루 만에 출금을 제한하자 이런 우려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델리오는 14일 오후 6시30분부터 자산 출금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하루인베스트의 입출금 중단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투자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루인베스트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막고 관련 인물들이 잠적하려는 정황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는 금융 당국의 관리를 받는 영역이 아니란 점에서도 뱅크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관련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뱅크런이 실현되면 투자자들이 자산을 돌려받기 힘들 전망이다. 비슷한 사례도 존재한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제도가 없던 지난 2019년 당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제스트도 마찬가지로 이용자 자산을 일순간에 출금 제한했다. 그럼에도 이용자와의 소송전에서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 업체들이 10%에 육박하는 예치 이자를 지급한다고 홍보하는 등 현실적으로 무리한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이용자들을 모은 점을 지적했다. 공격적인 전략을 쓰는, 재무안전성이 취약한 업체로 이용자가 몰리는 시장이 조성돼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는 현 상황은 시간 문제였다고 짚었다. 향후 법제 마련에 발 맞춰 제도권 편입을 준비하고 있던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 업체들은 이 업체들과 선 긋기에 나선 상황이다. 경영 상황에 문제가 없고, 투자자 보호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 '헤이비트' 운영사 업라이즈는 14일 지난해 상반기부터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보유 가상자산 실사를 분기별로 시행하고, 결과를 공시해왔다고 강조했다. 기업 재무 상황도 마찬가지로 외부 감사를 받아 내용을 공개 중이라고 밝혔다. 해킹, 내부자 횡령, 오전송 등 보안·컴플라이언스 사고에 대비한 보험 및 출금 정지에 대비한 예금자보험 등 투자자 보호 장치 도입을 국내 보험 업계와 함께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예비인증을 받았다. 특정금융정보법 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위해선 ISMS가 필요한데, ISMS를 획득하려면 서비스 운영 실적이 요구된다. ISMS 예비인증은 아직 사업 개시를 하지 못한 가상자산사업자를 위한 제도로, 예비인증을 획득하고 사업자 신고 수리를 신청할 수 있다. 같은 날 동종 서비스인 '샌드뱅크' 운영사 디에이그라운드도 운영에 문제가 없으며,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디에이그라운드 관계자는 "지난해 3, 4분기에 걸쳐 가상자산에 대한 재무 실사를 회계 법인으로부터 받았으며, 올해 1분기의 경우 ISMS 예비인증을 준비하는 데 집중을 하느라 받지 못했다"면서 "샌드뱅크의 경우 5% 내외의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하루인베스트에 대해선 미신고 사업자라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란 입장이었다. 반면 델리오의 경우 신고 사업자인 만큼 대응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횡령·배임 소지 가능성을 염두해 수사기관과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델리오는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가 아닌, 가상자산을 이전 및 보관, 관리하는 사업자로서 지난해 2월 사업자 신고 수리를 받았다. 김형중 호서대 석좌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사업 영역이 적법한지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규제 공백 때문에 발생한 사안으로, 선의를 가진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당국 차원에서 사업자들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자산에 대한 제3자 예탁이나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전하는 보험 가입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