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유럽…가상자산 업계 '호응'
유럽이 가상자산 규제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그 동안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시름해온 만큼, 유럽의 이런 행보가 성과를 거둬 각국이 경쟁적으로 가상자산 규제 도입을 하게 되는 촉매제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은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 규제를 담은 법안 '가상자산시장법(미카(MiCA))' 도입을 확정하고, 관련 정책기구도 마련했다. 일단 지난달 16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참여하는 경제재정위원회가 미카를 승인하면서, 내년 6월부터 법이 적용될 전망이다. 해당 법은 가상자산 기업이 EU 지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요건과 적용받는 규제를 담았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큰 주목을 받았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도 명문화했다. 기업이 각 분야에서 블록체인 적용을 시험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반영했다. 블록체인 관련 정책 추진 기구도 최근 마련했다. 블록체인 매체 DL뉴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 15일 유럽디지털인프라컨소시엄(EDIC)을 출범하고 내년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EU는 공공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는 이니셔티브로 '유럽블록체인서비스인프라(EBSI)'를 두고 있다. EBSI는 EU 집행위원회가 주도해왔다. 반면 EDIC는 다양한 분야의 블록체인 적용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운영되며, 6개월마다 바뀌는 EU 의장국이 자금 지원을 포함한 운영을 주도한다. EBSI에서 벨기에 대표를 맡고 있는 다뉘엘 뒤 세일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EDIC가 국가 간, 기관 간 협력에 용이하다는 평가다. EU는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사업자 라이선스와 통용되는 지갑 앱 등 공통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EU의 행보는 특히 가상자산 사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법제 도입을 확정한 지역은 EU가 최초다. 국가를 막론하고 관련 법제가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기업이 특정 분야에 가상자산, 블록체인을 적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당국 제재 여부를 가늠할 수 없어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EU의 경우 법이 시행되면 이런 규제 리스크가 해소될 전망이다. 아울러 블록체인 접목을 전담하는 기관을 둠으로서 산업 진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진출을 선언한 가상자산 기업들도 등장했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는 아일랜드에 유럽 지역 본사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강력한 규제 체제와 풍부한 인재 풀 등을 이유로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도 지난 14일 스페인 중앙은행을 통해 가상자산서비스제공업자(VASP)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두 나라 모두 EU 회원국으로 내년 6월부터 미카 규정에 따라 가상자산 기업들에게 라이선스를 부과하게 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제도권 내에서 당국 감독 하에 사업을 하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라며 "부정적인 시장 상황을 방지,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 마련은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