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기부' 수단으로 활약…국내외 활용 활발
가상자산이 비정부기구(NGO)의 기부 캠페인에도 활발히 활용되면서 블록체인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의 블록체인 기반 모금 플랫폼 '기빙블록'이 발표한 올해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화폐 기부액은 1억2천500만 달러(약 1천637억원)를 넘어섰다. 기빙블록은 가상화폐 시장이 격동의 시기를 보냈음에도 역대 2번째로 많은 기부액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국내 사례를 보면, 사랑의열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2021년부터 가상자산을 기부받았다. 이후 기부 참여자에게 기부 증서 대체불가토큰(NFT)을 주는 '그린 열매 NFT 나눔 캠페인'을 진행, 젊은층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3월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개인과 법인이 함께 디지털 자산을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이용자가 기부한 금액에 두나무가 추가로 기부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총 14비트코인(당시 기준 약 4억4천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당시 구호 모금 현황을 두나무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을 통해 공유하기도 했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9월 이더리움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페이지를 열었다. 사내벤처로 키운 소셜 액션 플랫폼 '베이크'도 소개했다. 스스로 캠페인을 만들고 참여하는 능동적인 기부자를 양성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블록체인은 모금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부자들에게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점에서 큰 강점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는 변경할 수 없고, 열람이 가능한 장부에 사용 내역이 기록돼 기부금의 모든 이동 및 사용 경로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 간 자금 이체 속도 증진과 수수료 절감도 가상자산 기부의 장점으로 언급된다. 전자지갑으로 직접 전송되는 블록체인 이전 방식은 기존 해외 송금보다 빠르며, 비싼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한 전시 상황이나 자연재해 시 재난 지원을 신속하게 제공해 구호 활동을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호윤 월드비전 팀장은 “(모금 시장에서 발생하는) 환차손만 수십억"이라며 "이것만 줄여도 나라 하나를 살릴 수 있을 정도”라며 가상자산 기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블록체인은 모든 기여자가 동일한 정보를 볼 수 있어 민주적이고 공익적인 철학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으로 꼽혔다. 가상자산 기부가 비영리 단체의 수익원을 다각화해 기존 모금 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상자산이 또 하나의 기부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한 개선 사항도 제기됐다. 이주희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리는 "기부 참여 방법에 대해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웠다”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상자산마다 사용하는 언어와 표현이 각기 달라 진행기관 사이에서 조율 과정이 필요했던 점도 어려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제도적 난관이나 정부 지침 부재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다. 공통적으로는 법인이 기부 받은 코인을 장내에서 쉽게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넘어야 할 산으로 꼽았다. 명확한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법인의 가상자산 수취와 관련해 회계법인 등 각 기관에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