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세계 첫 가상자산법 '미카' 통과…"내년 6월 시행"
유럽 의회가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를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최종 확정될 경우 사업자 등록 요건, 투자자 보호 조치 등에 대한 제도가 마련돼 규제 사각지대에 따른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코인데스크, 디크립트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유럽 의회는 가상자산시장법(MiCA(미카))'을 찬성 517표, 반대 38표, 기권 18표로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자금세탁 방지 목적의 가상자산 거래자 식별 의무화 법안(트래블룰)도 찬성 529표, 반대 29표, 기권 14표로 승인했다. 이번 법안은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2020년 처음 제안했다. EC와 유럽의회를 거친 법이 확정되기 위해선 유럽이사회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럽이사회는 다음달 16일 이 법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럽이사회를 통과한 법안은 EU 관보에 게재하며, 12개월이 지난 내년 6월부터 본격 발효될 전망이다. 미카는 유럽연합(EU) 회원인 27개국에 통용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 통과를 주도해온 EU 경제통화위원회 소속 스테판 버거 의원은 유럽이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 규제를 도입한 최초의 대륙이라고 평가했다. 버거는 "새로운 가상자산이 EU에서 승인되려면 EU 통화 안정성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법안이 FTX로 나타난 가상자산 거래소 연쇄 파산 등에 대한 보루가 될 것이라고 봤다. '가상자산' 기업, EU서 폐업 걱정 던다 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CASP)는 사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 백서를 비롯해 자본 요건과 법제 준수 여부, 투자자 보호 조치 추진 여부 등을 점검받게 된다. 라이선스를 획득한 사업자는 EU 소속 27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규제들도 다수 반영됐다.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와 내부자 정보를 통한 거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담았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준비금 규제도 포함됐다. 발행자로 하여금 100% 이상의 준비금을 갖추게 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로 상환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반영됐다. 구성하는 자산 유형 등 발행자에 대한 공시도 제도화했다. 가상자산 채굴의 경우 당초 전면 금지를 하려 했으나, 자산 발행사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하게 했다.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동원하는 가상자산 채굴이 전기 사용량을 늘려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다. "유럽, 매력적인 '웹3' 시장 될 것" 유럽 의회가 미카를 승인한 것에 대해 가상자산 업계는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유럽·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책임자인 리처드 텡은 규제 환경이 진보했다며, EU가 웹3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기에 매력적인 지역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낸스는 향후 1년~1년 반 동안 미카 도입에 맞춰 사업을 조정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유럽 운영 책임자인 마크 제닝스는 가상자산이 규제 하에서 발전하는 데 있어 미카가 실용적인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상자산 거래자 보호와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법적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히텐슈타인 소재 거래소 LCX 창립자 몬티 메츠거는 유럽이 미카를 도입하려 하는 데 반해, 미국과 아시아는 가상자산 규제 마련이 뒤처지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책임 있는 금융 혁신 법안'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을 시행, 가상자산 업계에 트래블룰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제도화에 속도를 냈다. 다만 업계가 수 년간 요구해왔음에도 투자자 보호를 비롯한 전반적인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기본법'은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현재 관련 법안 18개가 계류돼 있는데, 오는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대상으로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