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찬물에 주저앉은 코인 시장
회생 파산 절차를 밟는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채권 상환을 위해 보유 가상자산을 매각하게 되면서 한동안 가상자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미국시간) FTX는 미국 델라웨어 주 지방 법원으로부터 보유한 가상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매주 1억 달러까지 가상자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 FTX는 지난달 23일 법원에 보유 가상자산 매각을 요청했다. 회사는 채권 상황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산 62억 달러 중 34억 달러(약 4조 5천억원) 가량이 가상자산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지난 11일 법원에 보유한 가상자산 내역을 제출했다. 회사가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솔라나(SOL)는 11억6천 달러, 비트코인(BTC) 5억6천만 달러, 이더리움(ETH) 1억9천200만 달러, 앱토스(APT) 1억3천700만 달러, 테더(USDT) 1억2천만 달러, 리플(XRP) 1억1천900만 달러, 비트다오(BIT) 4천900만 달러, 스타게이트파이낸스(STG) 4천600만 달러, 랩트비트코인(WBTC) 4천100만 달러, 랩트이더리움(WETH) 3천700만 달러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 수조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매도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장도 요동쳤다. 특히 최근 법원이 FTX의 가상자산 매각 승인 여부를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2만6천 달러 대를 오가던 비트코인 시세가 지난 12일 2만5천 달러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비트코인 시세가 금세 반등했고, 법원이 FTX의 가상자산 매각을 승인한 뒤에도 시장에 큰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14일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2만6천 달러 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FTX 자산 중 비중이 가장 큰 솔라나도 최근 한 주 동안 시세가 떨어졌다가 회복해 18달러 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FTX는 파산 당시 87억 달러의 부채를 졌다고 발표했다. 파산 신청 이후 기업 회생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재개도 준비하고 있지만, 부채 처리를 위해선 보유한 가상자산 상당량을 매도해야 할 전망이다. FTX가 지속적으로 보유 가상자산을 매도할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시장이 반등하기는 했지만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상존하기에 장기적으로 공포 심리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대부분 거래소에서 유동성이 매우 적어져 있는 상황이기에 가격 변동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김민승 연구원은 "반등 호재로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비트코인 반감기 등이 있다"면서도 "단기 반등 호재는 미지수"라고 점쳤다. 법원의 가상자산 매각 승인 이후 즉각적인 시장 반응이 없었던 점 등을 감안해 실 매도 압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블록체인 매체 코인데스크는 팔콘X 연구책임자인 데이비드 로란트의 관점을 공유했다. 로란트는 FTX가 보유한 가상자산 중 일부는 벤처 투자 목적의 '락업'된 자산이라 매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투자 회사 아르카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제프 도먼은 FTX의 가상자산 매각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초반에 과민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락업된 가상자산에 대해 시간을 들여 전략적으로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FTX의 자산 매각 외 가상자산 매도세를 키울 요인들도 꼽혔다. 가상자산 분석 기업 K33리서치의 베틀 룬 수석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당국이 다크웹 '실크로드'로부터 압수한 가상자산을 점진적으로 매각하고 있고, 마운트곡스 해킹 관련해 회수한 피해 자산도 시장에 매도 압력을 넣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