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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상승은 똑같은데…왜 농심·해태는 올리고 삼양은 버틸까

원재료와 포장재, 물류비까지 오르면서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대응 방식은 엇갈리고 있다. 농심·해태제과 등은 누적된 비용을 제품 가격에 일부 반영하는 반면, 삼양식품처럼 국내 가격을 유지하며 해외 매출 확대와 생산 효율화로 부담을 흡수하는 기업도 있다. 같은 원가 상승을 겪더라도 매출 구조와 비용 절감 여력에 따라 가격 전략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라면·과자·음료·베이커리 등 주요 식품 가격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원재료·포장재·물류비까지…누적된 부담에 가격 조정 기업들이 가격 인상 배경으로 꼽는 것은 제조와 판매 과정 전반에 걸친 비용 상승이다. 원재료뿐 아니라 포장재와 물류비 등의 부담이 겹치면서 내부적인 비용 절감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지난달 1일부터 용기면과 스낵, 음료 등 43개 브랜드의 출고가격을 평균 5.8% 인상했다. 다만 신라면을 포함한 봉지라면 전 제품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봉지라면은 농심 전체 라면 매출의 63%를 차지한다. 판매 비중이 큰 제품군의 가격은 유지하고 다른 품목을 중심으로 원가 부담을 반영한 셈이다. 농심은 당시 물가 안정에 동참하고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봉지라면을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이커머스 등에서는 할인과 증정행사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격 조정 범위를 나누는 움직임은 다른 업종에서도 나타났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지난 7월 말 일부 빵과 케이크 가격을 조정하면서 단팥빵과 소보로빵, 카스테라 등 인기 상품은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코카콜라음료도 지난 8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면서 편의점 판매 제품에 적용했다. 최근에는 해태제과가 다음 달 1일부터 과자와 사탕, 만두 등 25개 브랜드의 제품 가격을 평균 7.8% 올리기로 했다. 홈런볼 46g은 1900원에서 2000원으로, 오예스 360g은 66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된다. 회사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조원가와 물류비 부담이 누적돼 내부 노력만으로 감내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가격을 조정하더라도 소비자가 자주 찾는 제품이나 경쟁사와 직접 비교되는 품목은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의 경우 100원, 200원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원가가 올랐다고 이를 모든 제품에 한꺼번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판매량이 많은 제품이나 경쟁사와 직접 비교되는 제품은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가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 채널의 가격 경쟁도 제조업체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유통 채널에서도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유통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업체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수익 확보하고 내부 비용 줄이고…가격 유지의 조건 삼양식품은 국내 가격 인상 대신 해외 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현재 국내 제품의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83%다. 향후 원가 부담에 대해서도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판매 채널 구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국내 판매 가격을 올리기보다 해외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생산·판매 과정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설명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국내 가격 인상보다 해외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원가 부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가격 조정보다는 생산 효율성 증대 및 채널 믹스 등을 통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 확대와 함께 내부 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해 왔는지도 가격 유지 여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원가가 오른 뒤 일시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것과 오랜 기간 생산·영업 과정의 비효율을 개선해 온 것은 대응 여력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효율성을 높여온 노력들이 누적되면서 회사의 체질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가격을 올리는 대신 다른 곳에서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격을 유지하는 업체들도 제품별 수익성 관리는 이어가고 있다. 판매 가격을 그대로 두면서 늘어난 비용을 흡수하려면 기존 지출을 다시 살피고 추가로 절감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결 역시 수익성 하락을 그대로 감수하는 선택은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가격을 유지하더라도 제품별 손익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방법을 계속 찾게 된다”며 “이미 효율화를 했다고 해도 더 개선할 곳이 없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과 동결은 원가 부담을 어디에서 흡수하느냐의 차이라는 분석이다. 가격을 올리는 업체는 누적된 비용 일부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고, 가격을 유지하는 업체는 해외 사업 확대나 내부 비용 절감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제조원가와 물류비 부담이 커진 것은 업계가 공통으로 겪는 상황”이라며 “가격을 올리지 않는 업체들도 내부 비효율을 찾아 원가를 방어하고 있다. 특별한 방법이 있다기보다 더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없는지 계속 확인하며 감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6.09.18 17:27류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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