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연결된,'...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잇는 연결의 회로학
“표면의 아래에서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대립과 혐오, 소외와 단절. 지금 이 시대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키워드다.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더 절실해지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연결'이다. 영국의 시인이자 래퍼, 극작가로 활약 중인 케이 템페스트(Kae Tempest)는 첫 에세이 '연결된,(Connected)'을 통해, 이 어긋나고 불균형한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서로와, 그리고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묘사해낸다. 이 책은 '어긋남'에서 출발한다. 예술가는 어긋난다. 인정과 수용의 말에 갇히지 않음으로써 그들은 비로소 창조적임에 이른다. 그것으로 균열을 내고, 그 틈에서 대안의 문화가 싹튼다. 그리하여 새로이 시대를 써나간다. 그러나 다만 매끈함의, 상투성의 반복은, 그들을 시대적 규범과 이념의 아바타로 희석시킨다. 흐릿해지고, 그 무엇도 바꿀 수 없게 되며, 기성의 것들은 더 단단해진다. 일상의 창작자, 즉 일상을 지으며 살아가는 “경험의 저자”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부지런히,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들을 살아내고,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하는 자임을 살아내며, '저들'이 내세우는 신념보다 더 정의롭고 가치로운 '우리'의 신념들을 살아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곧 나라고 믿기에 이른다. 호응과 댓글과 좋아요는 대단히 유혹적이었고, 기울어진 이곳의 운동장에 속절없이 내던져졌음은, 그 기울기만큼의, 타인을 향한 온정과 존중이 아니라 경쟁의 치열함과 더러는 혐오의 정서를 불러냈다. 그러니, 작품을 짓는 창작자가 되었든 일상을 짓는 경험의 저자가 되었든, 그 무엇이든 나로서 살아가려는, 혹은 나로서 삶을 지어나가고 그로써 온전히 세계와 연결되려는 이들의 '어긋남'은, '어긋냄'의 실천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는 그 흔적들을 따라간다. 케이 템페스트는 기존의 젠더 프레임을 넘어서며, 이름(Kate에서 Kae로)과 대명사(she에서 they로)를 바꿨다. 존재 자체가 경계를 넘는 이 시인은, 이 책에서도 기존 질서와 관념을 해체하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지은이 케이템페스트, 옮긴이 연진, 출판사 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