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도 알츠하이머 걸린다…"오염된 바닷물 때문"
돌고래의 뇌에서 인간의 알츠하이머 병과 유사한 손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과학전문매체 뉴아틀라스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 마이애미대학 데이비드 데이비스(David Davis)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2022년 미국 플로리다 인더리버 라군에서 좌초된 돌고래 20마리의 뇌를 분석해 돌고래 뇌에서 인간의 알츠하이머병에서 관찰되는 단백질 엉킴 현상과 유전자 발현 이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돌고래의 뇌 변화가 오염된 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독성 미생물 '남세균(cyanobacteria, 시아노박테리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 변화와 오염으로 인해 유해 조류 번성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는 먹이 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독소를 방출하여 어류, 육상 동물, 심지어 인간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돌고래는 수명이 길고 오염 노출이 잦아 독성 변화의 '자연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삼중 사중극자 탠덤 질량 분석기(QqQ 또는 TQMS)'를 활용해 좌초된 돌고래를 분석했다. 이 분석법은 복잡한 생물학적•환경적 시료 속에서도 특정 화합물을 정밀하게 탐지할 수 있는 정교한 분석 기법이다. 이 지역에서는 유해 조류가 가장 번성하는 여름철에 돌고래 폐사율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 기온 상승으로 인한 '신경독성 조류 화합물(neurotoxic algal compounds)' 노출 증가와 관련된 명확한 패턴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유해 조류 번성기 동안 돌고래의 뇌에서 '2,4-다이아미노뷰티르산(2,4-DAB 또는 DABA)'의 농도가 비번성기보다 2천900배 더 높게 검출됐다. 이 물질은 남세균이 방출하는 독성 물질로, 신경세포 손상과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 결과 돌고래들은 536개의 유전자 변형을 보였는데, 이는 GABA성 시냅스 손상, 기저막 변화, 그리고 알츠하이머병 위험 요인 증가와 연관돼 있다. 또한, 돌고래의 '글루탐산 탈카르복실화효소(GAD)' 수치가 낮다는 사실도 나타났는데, 이는 뇌의 과흥분 상태를 유발해 운동 장애, 정신 질환, 신경퇴행성 및 발달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 환자에서도 GAD1•GAD2 유전자 감소가 관찰된다. 연구진은 또 좌초된 병코돌고래의 절반 이상이 중증 청력 손실을 겪고 있었다고 밝혔다. 인간도청력 저하가 알츠하이머병 위험 요인이자 신경병리 악화 촉진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진은 2,4-DAB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남세균 노출이 그 중 하나의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결과가 인간 뇌 질환 연구에도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