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로봇, 사람 살리는 기술…전장 모습 바꾼다"
[논산(충남)=신영빈 기자] "국방로봇은 단지 무기 체계의 일부가 아닙니다. 결국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입니다." 차도완 국방로봇학회 총무부회장 겸 국방대학교 교수는 국방로봇이 단순히 병력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장병의 생명을 보호하고 전장의 구조를 바꾸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명의 병사가 무리하게 투입되지 않아도 되고, 더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바로 국방로봇"이라며, '전력 증강'보다도 '인명 보호'에 기술 지향점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차 교수는 현재 국방대학교 내 무인체계연구실(USL)을 이끌며, 군집 드론부터 전술 시뮬레이션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드는 다양한 국방로봇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국방AI로봇학과 올해 본격 출범" 차 교수는 현재 국방대학교 국방AI로봇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해당 학과는 작년 초 신설이 결정된 뒤,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1월에 첫 입학생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됐다. 국방AI로봇학과는 유무인복합전투체계 구축에 필요한 인공지능과 국방 로봇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정책을 이해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병력자원 감소와 변화하는 미래 국방환경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모델과 정형,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이론적 내용과 실습을 진행하며 유무인복합전투체계 수단들인 로봇·드론 등 시스템을 이해하고 설계 및 제작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그는 "첨단 과학기술 중심 국방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신설된 학과"라고 설명하며 "학생들이 기술 시스템을 이해해야 정확한 기술 수준을 판단하고 나아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론 교육뿐만 아니라 실습 교육도 강화한다. 그는 "1학기에는 드론 시스템을, 2학기에는 로봇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보는 실습 중심의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라며 "내년부터는 국방대 정식 예산으로 실습 장비도 본격 지원된다"고 밝혔다. "실제 전장 고민하는 실험실" 차 부회장은 학교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다섯 가지 주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USL 콥터'다. 일반적인 쿼드콥터와 달리, 단 두 개의 로터만으로 비행하는 바이콥터 구조의 드론이다. 그는 "DJI가 장악한 코드로터 시장에 굳이 진입하기보다, 2개 날개로 구성된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을 통해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USL 콥터는 군집 비행이 가능한 무인체계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미 프로토타입 개발과 실험 비행을 마쳤다. 현재 SCI 저널에 논문을 투고한 상태이며,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주행과 비행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초소형 하이브리드 로봇이다. 바퀴로 이동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 판단해서 하늘을 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차 교수는 "도시 지역 실내 전장이나 붕괴된 구조물 내부와 같은 환경에서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일반적으로는 바퀴 4개, 로터 4개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단 4개의 모터만으로 모든 동작을 제어하는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시스템은 현재 시뮬레이션 단계다. 향후 기체가 구현되면 재난 대응 및 탐색 구조 현장에도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완수 신호로 로봇 조종"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스마트 글러브 기반 제스처 제어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사용자가 착용한 장갑의 손동작만으로 로봇에게 명령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차 교수는 "기존에는 로봇을 조작하기 위한 별도의 오퍼레이터가 필요했지만, 우리는 병사들이 현장에서 손동작만으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술들이 단순 동작 하나하나만 명령할 수 있었다면, 이번 연구는 여러 개의 명령을 복합적으로 조합해 한 번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특히 군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수신호를 기반으로 동작을 정의해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그는 "군인들이 이미 익숙한 제스처를 활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학습 부담이 거의 없다"며 "총을 내려놓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해 전투 상황과도 완전히 호환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로봇 전투효율 수치로 입증"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다중 에이전트 기반 전투 시뮬레이션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실존 지형 데이터와 국군 실제 전술 개념을 바탕으로, 로봇이 전투에 얼마나 실질적인 전력을 더할 수 있는지를 수치로 증명하는 데 목적을 뒀다. 차 교수는 "기업들도 비슷한 시뮬레이션을 시도하고 있지만, 우리는 군사적 요소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전술적 효과까지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만 전투에 투입됐을 때와 로봇을 함께 투입했을 때의 성과 차이를 기반으로, 편제와 전력구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연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부터 전력화까지 유기적 연결" 차 부회장이 총무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방로봇학회는 2021년 창립된 비교적 젊은 학회다. 사용자인 군과 학교, 연구소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군에게는 국방로봇과 관련한 기술들을 소개하고 연구자들에게는 군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군과 방산기업이 직접 만나 의견을 공유하고 발전을 논의하기 쉽지 않았는데 학회가 기술교류회와 세미나 등 자리를 마련한다. 그는 "로봇이 개발되는 단계에 그치지 않고, 국방 전력에 어떻게 배치하고 실제 전장에서 쓸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성도 강조했다. 그는 "특정 인물 중심이 되지 않기 위해 예비역 장성 출신을 학회장으로 모시지 않고 있다"며 "집단지성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유지하면서 기업·군과도 투명하고 실용적인 협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50여명 규모로 시작했던 학회 회원은 현재 약 700~800명 규모로 성장했다. 한화시스템과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기업들이 특별회원사로 참여 중이다. "국방로봇은 사람 살리는 기술" 차 교수는 향후 5~10년 안에 국방로봇 기술이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발전의 세 축으로 모빌리티, 지능, 에너지 소스를 꼽으며, "기술의 성숙도가 100에 도달했을 때는 총을 가진 자와 칼을 가진 자처럼, 국방로봇을 가진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전장 격차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술보다도 신념과 사명감을 강조했다. 국방로봇을 연구하려는 젊은 세대에게 "국방로봇은 1페니 영국 병사처럼, 전투원 생명을 살리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며 "왜 이 기술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부터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교수는 국방로봇을 "한 명의 병사가 무리하게 투입되지 않아도 되고, 더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 병사는 우리 자녀일 수도 있고, 친구, 가족일 수도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국방로봇은 '미래 세대를 지키는 기술'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신념은 지금도 연구실에서 비행 중인 무인체계와, 로봇을 다루는 학생들의 손끝에 깃들어 있었다. 기술이 생명을 지키는 도구가 되는 미래를, 조용히 그리고 단단하게 준비하는 모습이었다.